이처럼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종교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속의 성경 구절들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에 한 말씀,
"내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 뜻대로 되시길 원하옵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내 기준에 맞춰 이루어지길 바라나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천지인데,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얼마나 투정 하나요? 이럴 때 나는 죽음까지도 수용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떠 올립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욕심의 상相을 내려놓자고 스스로를 독려합니다.
떼제에서 저희 스님들은 수사님들로 부터 김치를 대접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스님들이 온다고 하니 프랑스 대제 수사님들이 직접 모여 며칠 전부터 김치를 직접 담근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다른 국적, 다른 인종,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방문에도 이처럼 섬세한 배려와 사랑으로 맞이하는 마음, 그 마음을 안고 저희 스님들은 떼제를 떠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서 제 마음은 마치 멀리 계신 친척을 만나고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분들이 저희를 맞이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배추를 버무리며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상상하니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그렇습니다. 만나보니 우리는 서로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유대감과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친밀 감. 문화와 언어가 달라 서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방식이 차이가 났을 뿐,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진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통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서로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 바게트 빵과 함께 먹은 김치가 생각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