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절에 다니는 신도 분이 따님 결혼식에 주례를 부탁했습니다. 나는 처음에는 고사했습니다. 결혼도 안 해 본 총각 스님이 주례를 서는 것이 좀 어색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례가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례를 부탁 받을 때마다 어색한 것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고사는 했지만 나는 결국 주례를 수락했습니다.
결혼식 날 나는 주례 석에 서서 신부의 아버님이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신부는 꽃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아버지의 표정으로 딸의 손을 잡고 행진 하다가 사위에게 딸의 손을 넘겨주는 순간 아버지의 두 눈엔 눈물이 일렁였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시집 안 간 딸을 걱정했습니다. 딸이어서 시집을 가야 한 시름 놓는다고 했습니다. 마치 딸을 시집을 보내기만 하면 너무 기쁠 것만 같은 어투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결혼식 날이 되어서는 그는 더 이상 기쁜 표정을 짓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에게는 두 마음이 있습니다. 딸의 행복을 위해 딸을 보내야 한다는 마음과 딸을 언제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두 마음 가운데 딸을 보내야 한다는 아픈 쪽을 선택합니다. 그것이 딸의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은 아픕니다. 아버지는 아픔을 통해 사랑을 실현합니다.
언제나 상실이 예견되어 있는 아버지의 사랑은 외로움입니다. 어두운 골목길 취한 걸음으로 집에 돌아갈 때도 아버지의 뒷모습엔 외로움이 배어 있습니다. 마치 인적 없는 골목길에 내리는 가로등 불빛처럼, 하지만 자식들은 그 불빛의 외로움을 모릅
니다. 그냥 그 불빛 아래서 행복할 뿐입니다.
딸은 행복한 표정으로 아버지 곁을 떠나고 아버지는 뒤에 남아 웁니다. 그때에도 딸의 행복에 자신의 아픔을 잊는 아버지의 바보 같은 사랑은 그래서 또한 눈부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