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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기2555년
 
 



경전의 이해
스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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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경전에는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알아두면 도움이 될 불교의 경전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참과 신참 1
 지민  | 2023·06·05 07:22 | HIT : 224 | VOTE : 60 |
스님들을 친견하다 보면 자기 단속이 엄한 스님일수록 "속정俗情이 깊으면 도심道心이 멀어진다"는 구산스님의 말씀을 의식해서인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스님들이 계신다.

행정 승이나 도심지 포교당 일선에 계시는 사판事判 스님들보다 특히 선방 수좌 생활만 몇십 철씩 거듭한 이판理判 쪽 스님들이 훨씬 더 무심하고 말씀이 적다.

법정 스님도 예외가 아니다. 초발심 시절엔 쌍계사, 해인사. 봉은사. 송광사 등 대중 생활도 많이 하셨지만 불일암 이후 강원도 토굴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독거를 더 많이 하셨다. 스님이 쓰신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의 수상집 '경우살이 이야기'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내 오두막에는 유일한 말 벗으로 나무로 깎아 놓은 오리가 한 마리 있다. 전에 살던 분이 남겨 놓은 것인데 목을 앞으로 길게 뽑고 있는 것이 그 오리의 특징이다. 누구를 기다리다 그처럼 목이 길어졌을 까. 방 안 탁자 위에서 창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 그야말로 학수고대鶴首苦待의 모습이다.

종일 가야 말 한마디 할 일이 없는 나는 가끔 이 오리를 보고 두런두런 말을 건다. 끼니를 챙기러 나갈 때나 아궁이에 군 불을 지피려고 방을 나설 때 '나 공양하고 올게' '군불 지피고 오마' 하고 알린다. 외출할 때는 '아무 데 다녀 올 테니 집 잘 보거라'하고 알린다. 돌아와서는 '나 다녀왔네. 잘 있었는가?'하고 안부를 묻는다."

이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님의 일상은 침묵여일沈默如一이다. 유일한 말 벗이 나무로 깎은 오리라면 그런 생활이 수십 년이 넘었으니 이따금 속가에 내려오셔도 별로 말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처음 다가온 이들은 스님의 청량淸凉함에 다소 움츠렸을 것이다.

필요에 요구되는 말씀만  남기고 바람처럼 되돌아 가시니 그 한기로 더욱 차가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청량함을 스승 삼아 맑음을 배워온 수십 년씩 따르던 속가의 제자들은 구참일수록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부드러워진 걸세, 젊은 시절 군사 독재와 싸우실 땐 정말 고드름이 뚝뚝 떨어졌는데 나이는 못 속이는 것인지 그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솜사탕이지. 사실 그렇게 혹독하게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당신이 존재하셨겠나. 많은 스님들이 함께 출발했어도 도중에 무너져 환속 하거나 사라져버린 경우가 셋 중에 둘 이지, 아이콘icon스님일수록 얼음 선사가 될 필요가 있어, 재물에 무너지고, 색욕과 권력에 무너지고, 자신의 업장에 꺾어지는 모습, 많이도 보아왔었지."
맑고 향기롭게 모임 이후에 들어온 신참들이 물으면 나 또한 비슷하게 말해준다.

(뿌연 마루 창 너머 진주 방울이 반짝이는 아침 숲을 바라보며 오늘을 시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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