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아직도 학생 같은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어느덧 내 이름 뒤에는 '박사'라는 두 글자가 따라붙었고, 미국 북 동부에 있는 아름답고 아담한 마을에 위치한 대학교의 교수가 되어 있었다.
강의를 '듣기 위해서'가 아닌 '들려주기 위해서' 처음 학교에 가던 날, 나는 마치 맞선 보러 나가는 젊은이처럼 설렘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에 대한 기대와 함께할 시간에 대한 계획으로 가슴과 머리가 힘차게 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까지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 많은 선생님들의 장점들 만을 그대로 본받아서, 나도 학생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고 싶다는 생각, 그야말로 열정으로 가득한 시기였다.
내가 한 학기 동안 가르칠 두 과목 중 하나는, 내가 학생들 나이 때 가장 관심이 있었던 분야인 '불교 명상 개론'이었다. 나는 그 수업을 단순히 철학적 이론 접근 방식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명상 할 수 있는 실 참의 기회를 더불어 주고 싶었다.
훗날 그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어려운 상황에 맞부딪쳤을 때도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길 바랐다. 마음 안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생각들에 끄달리며 힘들어하지 않고, 자기 마음을 지켜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또렷이 생각나는 첫 수업 시간, 나는 그 수업에 들어가지 전에, 첫 수업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도 고민했다. 결국,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차근차근,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다, 우리들의 만남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 어쩌면 몇 생을 두고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를 소원해서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그러니 이런 인연을 소중히 여겨 좋은 한 학기를 같이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을 위주로 한 개론 강의이다 보니 그들 또한 진지했고, 다가오는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 또한 무척 커 보였다. 학교 규정 상 한 반이 크기가 25명을 넘지 않았음으로 나는 학생들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다 외울 수 있었고, 짧지만 한 명 씩 개인 면담을 해서 이 강의를 듣는 이유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등을 체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