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우울한 부위기였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 스님께는 시자를 시켜 저녁 공양할 식당을 예약하라 하셨다. 우리들은 이따금 갔던 낯익은 동네 식당으로 옮겼다.
스님께서도 여느 때와 달리 회의 분위기가 내내 무거웠음을 아시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시며 하나하나 안부를 물으셨다. 그러나 대부분 가족들은 스님께서 말한 .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화두에 빠져 예전처럼 밝지 못했다. 꾸역꾸역 먹고만 있을 뿐 누구도 말이 없었다.
공양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 각자의 차에 시동을 걸면서 한 마디씩 외쳤다. 차가 없거나 가지고 오지 않은 법우들을 동승 시키겠다는 오래된 우리들만의 우정이었다.
"서대문! 신촌!"
"마포! 충무로! 마포!"
"앞구정! 강남 터미널!"
"우이동!"
그때였다. 스님도 시동을 걸어 놓고 큰 소리로 외치셨다.
"영동고속, 강원도!"
주차장에서 갑자기 빠앙 웃음이 터져버렸다. 무거운 분위기를 한 방에 날려버린 스님의 조크였다.
"강원도 무료야!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