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암자에 사람들이 찾아오면 묻고는 합니다. "스님 적적하지 않으세요?"
나는 대답합니다. "가끔 적적하고 대개는 괜찮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시 묻고는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 그러면 나는 다시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나는 나니까요."
사람들은 혼자라는 사실을 잘 못 견뎌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누군 가를 만나야 하고,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을 언제나 만날 수는 없습니다. 좋은 관계의 사람도 언제나 좋은 관계의 사람으로 남기는 쉽지 않습니다. 관계는 언제나 변화해 가고 마음은 어제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스님 코이케 류스노케의 [있는 그대로의 연습]이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정신적 자급률이 낮아지면 꽤 괴로운 상황이 옵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도 웃는 얼굴로 하겠다고 말하거나, 타인으로부터 비난 당하는 것이 두려워 무리해서 과잉 친절을 베풀거나 자신의 본심을 전혀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인정해 준 사람과 싸우거나 한동안 못 만나거나 금방 불안에 빠지거나 초조해 집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일들을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당연한 일에 우리가 마음을 상하는 것은 기대라는 집착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감이 큰 사람은 삶의 중심을 자기 내부가 아닌 외부에 두고 살아가게 됩니다. 나는 없고 나 아닌 다른 모든 것들이 나를 지배하게 됩니다.
나는 나니까,라는 말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은 곧 상황이나 평가에 우왕좌왕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가치와 기준의 생산자로서 자신이 삶을 열어 가는 것이 바로 주인의 삶의 내용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혼자 있어도 즐겁고 외부의 평가에도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나는 나니까. 괜찮아."
우리들 삶에 이 보다 더 멋진 말이 있을까요?
우리 살아가면서 이 말을 주문처럼 외워 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