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이 지연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나는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였습니다. 탑승이 한 시간 이상 늦어지자 어떤 사람은 분노해 항의하고 어떤 이는 초조해 하며 서성이고 또 어떤 이는 태연히 책을 보고 또 다른 사람은 턱을 괴고 앉아 상상에 젖습니다. 똑같은 상황을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맞습니다. 분노하거나 초조해 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단지 늦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상황과 무관한 자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늦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늦을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하거나 분노하고 초조해 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 부분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조금 자유롭습니다. 이 조금의 자유와 여유가 바로 삶의 품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