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농부 부부가 이른 아침부터 농약을 칩니다.
파랗게 일렁이는 논에 들어가 벼들 병 걸리지 말고 잘 크라고 농약을 칩니다. 벼들은 그 농약으로 잘 크겠지만 정작 자신은 농약으로 병들어 갈지도 모릅니다. 밥 먹고 산다는 것은 이렇게 눈물겹게 아름다운 일입니다. 다른 것을 키우고 자신은 점점 소멸되어 가는 것이 밥 먹고 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남은 죽이고 자신만 키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밥 먹고 사는 일의 의미를 위배하는 일입니다. 밥은 내 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 광활한 우주의 관계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 우주 적 관계를 향해 자신도 무언가를 내주어야 합니다. 밥은 그렇게 먹고 살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법을 내주며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법을 먹고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밥을 먹고 살면서도 정작 내줄 것이 없는 나는 늙은 농부 부부 앞을 지나기가 부끄러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