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님 두 분과 보살님 한 분, 이렇게 세 분이 오셨습니다. 나는 팽주가 되어 차를 따랐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어색한 침묵, 그 침묵 위로 차 따르는 소리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마침내 한 거사님이 입을 열었습니다. "스님 한 말씀 해 주이소." 나는 못 들은 척 차만 내렸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는 거사님이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 니, 못 들었나. 스님께서 얼마나 깊은 반야 설법을 하셨는데."
순간 나는 픽, 하고 웃었습니다. 차 떼고 포 떼는 그들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거사님 친구는 수보리 존자가 바위에 앉아 참선하는 모습을 보고 "반야법문을 잘 들었다"고 말한 제석천과 닮았습니다.
그들이 일어나 갈 때도 나는 그들에게 일어나 잘 가라고 인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찻잔을 들고 가만히 웃어만 주었습니다. 제석천을 닮은 거사님 친구는 염화미소의 가섭처럼 내게 미소를 주었습니다. 마치 자기도 알 건 다 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이심전심의 도리가 미소 속에서 다 이루어진 셈입니다. 멋진 신도님 입니다. 할 말 없을 때는 차만 따라도 다 이해해 주는 신도님, 이런 신도님을 이름 하여 나는 선지식 신도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런 신도님이 계신 한 나는 언제나 행복한 스님입니다. 센스 만점의 신도님이여 영원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