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벚꽃이 집니다. 바람을 타고 분분히 날리는 벚꽃 잎이 마치 아이들 눈빛만 같습니다. 미안해 그리워도 그립다 말 못하고 살아온 시간 위로 잊지 말라고 벚
꽃 잎이 되어 가슴에 내립니다.
2014년 4월 16일, 단원 고 학생들은 벚꽃 길 따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벚꽃이 활짝 피고 졌어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몸짓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다만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을 뿐입니다. 무수히 많은 "사랑해"하는 말을 가슴에 묻고 컴컴한 물속에서 그들은 생을 지워야만 했습니다. 꽃이 피는 봄 날 남아 있는 아버지 어머니들은 폭포 같은 눈물을 쏟아 꽃들의 자리를 지웠습니다. 그리고 그 가슴속에는 여전히 눈물이 폭포처럼 흐르고 있을 뿐입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은 반성을 위해서는 긴 시간이나 잊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입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일 년이 되었지만 사회적 반성은 아주 더디기만 합니다. 여전히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그때마다 우리는 놀라고 있습니다. 무엇이 변했습니까. 일 년이 지난 이 시간 우린 어떤 추모사로 세월 호의 영혼들을 진무 할 수 있을까요. 아직 우린 쓰지 못한 추모사를 숙제로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 난만 한 몸짓들에 대하여 그리고 못다 이룬 사랑의 안타까운 절규에 대하여 우리는 지난 일 년 동안 어떤 추모사도 쓰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을 뿐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반성보다는 잊으려는 노력만 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유족들을 향해 이제 긴 시간이 지났으니 잊으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유족들에게 일 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일 뿐입니다. 노란 리본이 지겹다고, 너무 큰 배상이 전례를 남긴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미숙한 사회의 모습일 뿐입니다. 배상을 말하기 이전에 우리는 유족들의 슬픔을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마음을 나누어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의 아픔에 마음을 바치는 사회의 성숙함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세월 호의 아픔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