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제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서로 종교는 다르지만 수사님들과 우리의 삶의 모습, 수행 방식, 지향하는 바가 얼마나 비슷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수사님들은 말을 하지 않는 성스런 침묵의 수행을 통해 내 안의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을 갖곤 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불교에서 행하는 묵언 수행과 별반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또한 수사님들은 모두 결혼이나 한 듯 반지를 끼고 있었습니다. 궁금해 물으니, 수사의 서약을 할 때 하느님과의 약속의 징표로 반지를 낀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내 옆에 있던 젊은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스님들은 계戒를 받을 때 아예 그 징표를 연비로 해서 팔 뚝에 새겨 넣습니다."
수사님들이나 스님들이나 독신으로 평생 사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외롭게 생활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도반들이 벗이자 스승이자 가족이 되어주기 때문에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수사님들의 얼굴에는 은은한 기쁨이 배어 있었습니다. 마치 스님들이 차 담을 나누면서 마음의 교류를 나눌 때 흔히 보이는 모습과 유사했습니다.
혹자는 떼제 공동체나 절 같은 곳의 삶은 억압 되고 엄격하고 고행이 뒤따라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그렇지 않습니다.공동체 생활에는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 마음의 잔잔한 평화와 즐거움이 있습니다. 세속적인 성공을 쫓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일에도 어렵지 않게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고, 평소에 먹는 음식이 조금만 바뀌어도 새롭고 좋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