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이사에 대해 내 나름의 정의가 생겼습니다. 이사는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이동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옮겨서 내 안에 있는 '탐욕을 버리려는 나'를 만나는 일이라고 나는 이사를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갈등을 겪지만 그것 역시 좋은 수행의 계기인 셈입니다. 자주 이사를 다니다 보면 버리는데 익숙해질 것이고, 그러면 다시 탐욕이 사라진 자리에서 삶의 자유와 기쁨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숲이 신록에서 녹음으로 이동하듯이 우리 역시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 본질입니다. 그리고 그 이동은 삶에서 다시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삶에서 죽음으로 이사 가는 날을 자주 생각해 봅니다. 그때 나의 모습은 어떨까. 의연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옵니다. 탐욕의 무게만큼 두려움이 따라온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탐욕을 버리지 못한다면 삶은 볼품없는 졸작拙作이 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이제 나는 팔 년 동안 머물던 용문사를 떠나 이사를 갑니다. 그 이사가 단순한 공간 이동에 그친다면 탐욕을 버릴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마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셈입니다. 이사를 가면서 내 안에 뿌리 깊게 자리한 탐욕 하나를 버려야 진정한 이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작은 암자로 가니 탐욕의 크기도 작아져야 합니다. 그것이 작은 암자로 이사 가는 자의 기쁨이 아니겠습니까. 암자로 오르는 길, 새소리가 유난히 투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