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 가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 이운移運 법요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가겠다고 답했습니다.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출발했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서 이륙한 비행기는 여덟 시간을 날아서 우리 일행을 콜롬보 공항에 내려놓았습니다. 낯선동남아공항이 지니는 특이한 냄새. 그것은 습기가 뿜어내는 이국異國의 냄새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 낯선 냄새를 좋아합니다. 사리 이운 법요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대중이 저만치 앞서 갈 때도 나는 그 냄새 속에서 여행자의 기분을 느꼈습니다. 마치 혼자 여행을 떠난 사람처럼.
스리랑카의 거리에 아침이 찾아오고 우리는 수부티 사원을 참배했습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일요일이면 스리랑카 학생들은 오전 내내 사원에서 불교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그날은 한국에서 온 우리를 환영하기 위해서 하얀 옷을 입은 남 여 학생들이 건물의 라인을 따라 줄을 길게 서 있었습니다.
나는 학생들 앞을 지나며 그들의 눈동자를 보았습니다.새까만 피부와 브이 라인의 얼굴 그리고 깊고 검은 눈, 그 눈을 바라보며 나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하고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슬픈 듯 깊은 그 눈은 어쩌면 부처님의 비원悲願이 담긴 눈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그런 눈빛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런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아무런 미움 없이 세상 사람 모두를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담불라로 이동해 유네스코에 기록된 세계 팔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시기리아의 바위 궁전을 보았습니다 시기리아 바위 궁전은 가파른 경사 길을 따라 삼백칠십 미터의 화강암 바위 정상에 있었습니다. 철제 계단을 따라 올라 가는 내내 거센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바로 아래 평지에는 바람이 없는데 바위를 끼고 올라가는 길에는 몸이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