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위 궁전의 설립 역사를 듣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 바람은 천륜天倫을 저버린 역사의 깊은 아픔으로부터 불어오는 것이라고. 왕권 찬탈을 위해 부왕을 죽인 고뇌를 스스로 치유하기 유해 선왕의 꿈이었던 시기리아 바위 산 위에 카샤파 왕은 궁전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위 산에 궁전을 짓는다고 천륜을 저버린 아픔이 사라질 수 있겠습니까. 천륜을 저버린 카사파 왕의 고뇌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시기리아 궁전을 통한의 바람이 되어 떠돌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날 오후 고대 도시인 플론나루와에 있는 갈위하라라는 암반 사원에서 바람 하나를 또 만났습니다. 그곳은 어느 거대한 바위에 부처님의 좌상과 입상과 열반상을 모신 곳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부처님의 열반 모습은 눈길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처님의 열반 표정 앞에서 감탄했습니다. 부처님에게는 죽음마저도 즐거움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처님의 표정은 그윽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부처님의 열반 표정을 더 보고자 반대편 너럭 바위에 가서 앉았습니다. 보리수 잎 그늘 아래서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열반에 든 부처님의 표정은 수행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깨달음은 부드러운 것, 깨달음은 죽음마저도 미소이게 하는 것. '부처님은 마치 부드러운 보리수 잎 바람이 되어 내게 열반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